그저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딜 가나 얼마 안 되는 승자들이 패자가 응당 가질 몫까지 몽땅 빨아들 이는 현실만 알아갈 뿐, 스물다섯 살의 나는 일찌감치 사회에 투항했다. 승자 독식에 의문을 느끼고 저항할수록 나의 초라함만 되새길 뿐이란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명문대생은 공부 많이 했으니 유능해서 대단한 일을 하고, 전문대생은 공부 안 했으니 무능해서 못난 일만 한다. 그리 생각하면 세상만사가 일목요연하고 질서정연해졌다. 체념하면 모든 게 편할 텐데, 오히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라니. 확신에 찬 그 목소리가 참 멋지다고 느꼈다. pp.117
사람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 다리 위를 오갈테고. 누군가는 연인에게 사랑 고백도 하겠지. 어쩐지 근사한 일을 해낸 듯해서 혼자 한 일도 아닌데 괜히 대견해졌다. 그날은 포터 아저씨와 오후부터 시작해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p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