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는 시, 이바라기 노리코의 「자기 감수성 정도는」의 내용처럼 감성에 물 주기를 게을리 하면서 자연스레 내 감수성이 둔해졌나봐. 예전만큼 많은 것을 느끼지 못하고, 깨닫는 것 또한 별게 없지. 그걸 직면하지 못하는 내 모습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한편으론 모른 척하고도 싶었어. 많이 두려웠거든. 그때부터 삐끗하면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은 상태가 되었던 것 같아.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불행해진 달까. pp.191
단순하게 말하자면, 일과 나를 동일시한 대가 같은 거야. 멘털이 약해졌을 땐 다른 사람의 평가 하나에도 휘청거리게 되어서 더 괴로웠어. 어리석다는 걸 너무나 잘 알지만 그 누구도, 나조차도 나를 구제해줄 수 없더라. 그래서 참 외로웠어. 외로운데 말을 할 수가 없었어. pp.191-192
그런데 우리의 편지를 처음부터 다시 읽다보니 계절이 변하듯 나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더라고. 소소한 모험을 하며 살 거라는 다짐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비눗방울처럼 떠올라 걱정과 두려움을 조금 날려버릴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했고, 할머니 가 된 우리를 떠올리며 지금 이 시간을 더 재밌게 하나하나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지. 이 편지가 참 많은 걸 다짐하고 돌아보게 했나봐. 우리가 함께한 소소한 모험 중 또하나로 기억될 것 같아서 아주 좋다! p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