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도피에는 요리만 한 게 없었다. 의식 적으로 도피를 한다기보단, 요리를 하면서 현재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재료의 무게를 재고, 섞고, 다지고, 맛보고, 맛을 섬세하 게 구현해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새로 운 경험이었다. 요리에 몰두하면서 나는 공상에 빠지거나 부모 님 문제로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었던 부엌이라는 공간은 성인이 된 내 삶도 풍성하 게 만들어주었다.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