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이유를 수십 가지나 가지고서도 자기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밤마다 엉엉 울면서도, 아침이면 일어나 허기를 느끼고 무언가를 먹고 마시며 포만해 지는 게 사람 아니냐고. 그러자 삼이 내 얼굴을 골똘히 보다가 눈감고 아, 해, 하고 말해서 눈을 감고 아, 했더니 내 입속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한 숟갈 넣어주었다. 이 달달함 때문에 살고 싶은 거냐고 물어서 차가운 단맛을 침으로 녹이며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나는 맹물을 들이켜면서도 살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자살은 아니었다. pp.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