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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깎은듯한 머리와 봉황 같은 눈.
어디를보고있는지 모르겠지만 모두를 보고있었다. 휘장을 흔들던 바람도 잦아들었다. 자은은 추가 달린 그물에 사로잡힌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 선왕과 함께 삼한을 통일한 업적으로 미루어, 나이가 많고 겪은 게 많아 지친듯한 인상일 거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다. 호은보다 고작 몇살위로 보이나? 아니, 그보다는 나이를 알 기어려운 얼굴이었다. 왕의 온몸에서 발산되는 강고함은 많은 것을 즉시 이해하게 했다. 즉위하자마자반란을 진압할수있었던 것, 나라의 기틀을 새로이 세우는 결정들을 연달아 밀어붙일수 있었던 것, 태자시절부터 왕의 사람들이었던 이들이 여전히 변치 않은 것... 강고함이라는 것은 그토록 육체에 담기나? 자은은 불현듯 그 것이 궁금해졌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진대, 상대가 아주쉽게 이쪽을 죽일 수있음을 알고 바라볼때 더 잘 느껴지는 것일수는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