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에 관한 결정판이라 할 저작은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다. 이 역작은 과거에 세상이 얼마나 나빴는지를 속이 뒤틀릴 만큼 효과적으로 기록해 보여준다. 핑커는 과거 인류의 끔찍한 비인간성을 눈으로 보듯이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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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커는 작가 L. P. 하틀리의 말을 인용한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크게 세 가지 논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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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과거 사람들은 끔찍했는가? 핑커가 보기에는 답이 명백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늘 끔찍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 9장의 주제와—전쟁은 언제 생겨났을까? 과거 수렵채집인의 삶은 홉스식이었을까, 루소식이었을까?—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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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덜 끔찍해졌는가? 핑커의 대답은 두 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 그는 우선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를 끌어들인다. 엘리아스는 국가가 힘을 독점하면서 폭력이 줄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문명화 과정’ 개념을 주장했다. 여기에 상업과 통상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실용적 자기 절제를 하게 되었다는 점, 즉 상대방이 살아서 자신과 거래하는 편이 더 낫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 더해진다. 상대방의 안녕이 중요해진 셈이다. 그 덕분에 핑커가 “이성의 에스컬레이터”라고 부르는 현상, 즉 감정이입 대상과 우리 편의 범위가 넓어지는 현상이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인권, 여성의 권리, 아동권, 동성애자의 권리, 동물권을 주창하는 ‘권리 혁명’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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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사람들이 덜 끔찍해졌을까? 이 질문에는 뜨거운 논쟁이 뒤따랐다. 핑커는 “우리는 종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이 낙천적 견해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발칸전쟁을 제외할 때 유럽에 1945년 이래 평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것은 역사상 가장 긴 평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