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산을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 걸음식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어떤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서만 자 신의 삶을 정확하게 인식(평가)할 수 있다는 것. 제 삶의 진실을 처음으로 깨닫고 정확히 3일 뒤에 그는 죽는다.
이것이 죽음이라는 사건의 역설이다. '사건'은 진실을 산출하고 우리를 그것과 대면하게 해서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 는 일인데, 죽음 없이는 결코 깨달을 수 없는 진실이라는 것이 있 다면, 죽음은 그야말로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고약한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진실 (내 인생이 엉터리라는 것) 을 알려주는 죽음이 그 진실에 응답할 기회까지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더는 살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p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