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이 주르르 흘러내린 것이다. 20년 만의 일이었다. 콧물이 흐른다. 기쁘다. 밤새 입을 다물 고 양쪽 코로 숨쉬며 잔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 이식한 피부를 뚫고 쏙 자라난 눈썹을 처음 발 견했던 어느 밤처럼 기쁘다. 짧아진 손가락으로 펜을 잡고 삐뚤빼뚤이어도 다시 글씨를 쓰던 그 날처럼 기쁘다. 수술 후 입이 커져서 다시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던 그날처럼 기쁘다. 재활 훈련 을 하며 팔꿈치가 터지고 다시 채워지기를 반복하다 드디어 손끝이 귀에 닿았던 날, 다시 오른손 으로 전화도 받게 된 그때처럼 기쁘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미미한 변화일지라도, 들인 공에 비해 아주 작은 소득일지라도, 내게 일어난 기분좋은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하고 크게 기뻐하는 오늘. 남들은 모르는 행복을 나는 그 렇게 한 뼘 더 크게 누렸다.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