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 '존재'가 있는 자'이면서 '있음' 자체이기도 하듯이, 우리말 '임'도 '있는 자'로서의 '당신'을 뜻하면서 '이다'의 명사 형인 '임(있음)'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발상을 백낙청의 역 사적 인간과 시적 인간」에서 처음 배웠다.) 그렇다면 '임을 위한 행 진곡'은 '당신'을 위한 것이자 '있음'에 대한 것이기도 하리라. '어떻게 있을(살) 것인가'에 관한 노래라는 것이다. pp.264
그래서 세 개의 '임(있음)'의 형식이 여 기에 담겼다. 가는 자(죽는 자), 나가는 자(싸우는 자), 산자(따르 는자). pp.265
많은 학자의 말대로 '5월 공동체'는 개별성에서 연대성으 로 도약하는 인간성의 한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죽고 싸우고 따르는, 그런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지고한 경 지 하나를 재현하는 노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인간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 노래를 우리의 국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과 분해서다. 이 노래가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자격이 없어 서다. p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