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에 기댄 여자는 편안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다. 청명한 오후였다.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좋았다. 나는 내게 어깨를 빌려준 여자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자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별것 아닌 듯한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pp.300
나는 눈을 감고 자려고 노력했지만 이제 얼마지 않아 내가 희령을 떠나느다는 사실이 떨쳐지지 않았고, 언젠가 이 순간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먼 과거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는 할머니가 없으리라는 것도. pp.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