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건 놀라운 말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말이더라.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우리는 죽지 않고 결혼 해 지금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잖아. 줄리아는 그냥 이 사실을 말한 거야. 다만 이십 년 빨리 말했을 뿐. 그 시차가 평범한 말을 신의 말처럼 들리게 한 거야. 소설에 미래를 기억하라고 쓴 엄마는 왜 죽었을까? 그게 늘 궁금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 엄마도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pp.34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1999년 에 내게는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미래를 기억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과 일어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pp.3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