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피해자들 각각의 몸이 바벨탑이었을지 모르나 어느새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바벨탑이 된다. 말이라는 군도에 붙어 기식 하던 땅덩이들이 갈라지더니 흙덩이와 돌덩이로 세분되고 세절되 어 풍랑에 흩어진다. 명쾌한 의미 전달을 빌미삼아 말로 선을 넘 던 자들은 이제 선이 없는 존재들이 된다. 세상은 말을 잃은 자들 과 아직 말을 잃지 않은 자들 두 부류로 나뉘는데 아직 말을 잃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제대로 된 말을 구사하고 있으리라는 보장 은 없을 만큼 말의 체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