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아이들을 싫어하는 윤정. 그리고 그녀와 동거하는 남자친구 정호. 그 남자친구에게 복수하는 군대 후임 현철. 이 셋의 이야기인데 서로의 관계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 윤정이 현철을 생각하는 것도 잘 이해는 안 됐지만 마지막까지 마찬가지였다. 윤정이 현철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연민일까 아니면 정호에게서는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일까? 결국 윤정과 현철은 아무 관계도 아닌 듯한데 왜 윤정은 현철을 계속 생각하는 걸까? 어쩌다 가끔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말이 왜 위안이 되는 걸까? 윤정은 왜 정호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둘 사이엔 어떤 미래가 있는걸까?
반면 정호는 현철로 인해 계속 고통을 당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철은 군대시절 정호로 인해 더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나도 군대 시절에 그런 경험이 있기에 현철과 같이 사적인 복수를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그걸 할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거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러나 현철은 그것만을 생각하며 지내온 듯하다. 비열하고 역겨워도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
정호는 그러한 정호나 윤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끝까지 상대방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만 변명하기 급급했으니. 어쩌면 있을법한 이야기. 그러나 실제로는 없었으면 하는 이야기. 그리고 복수라고 하기엔 끝맛이 좋지 않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