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탐닉>에 이어 세 번째로 읽게 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다. 짧은 작품이라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처럼 탁탁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자꾸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들을 연이어 읽어 나가면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러한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글을 쓸 수 있지?', '이것들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허구가 담겨 있을까?', '이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과연 이 작품들을 읽으면 뭐라고 할까?', '이 작품들이 노벨상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등등.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겠다. 아니 에르노는 글쓰기에 열정을 갖고 있고 재능을 갖고 있다. 확실히 그의 글들은 매력적이다. 마치 팜므 파탈과 같은 매력이다. 그의 인간적인 부분들은 (작품에서 표현된 정도 밖에는) 모르겠지만 그의 글쓰는 능력만큼은 정말 탁월하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조차도 커버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또한 이것이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어쩌면 보편적일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가져보았을, 해보았을 것일 수도 있기에 더 작품성이 도드라졌을 수도 있다.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어 우리 모두가 결국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그의 작품들이 갖는 효과다. 단지 작가의 생각들을 끊임없이 배출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야 아니 에르노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번 독파에 선정된 네 작품 이외에도 몇 작품을 더 읽어보고자 한다. 최종적인 판단은 그 이후에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