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는 자기 모습을 <블라디미르의 성모>처럼 그리라고 말했어. 전통에 충실하게, 세부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모사하라고 말이야. 실질적으로 그는 새로운 이콘을 창조하기 위한 신의 도구가 됐던 거야. 성모님은 그 이콘을 축성함으로써 그것 안에 그들이 당한 고난에 대한 신의 아들의 긍휼을, 그들이 보여준 용기와 자기희생에 대한 그의 기쁨을, 앞으로 찾아올 비탄과 고뇌라는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지겠다는 그의 의지를 모두 쏟아 넣어주셨으니까 말이야. (전자책 기준 95%)
나는 잔해 위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 이콘이 그 정당한 소유자
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들이 건설한 교회를, 이 이콘이 있어야 할 장소를 두 눈으로 보았다. 아무리 진위가 미심쩍다고 해도 이것이 만들어졌을 때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설령 내가 체르노빌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신의 긍휼함이 이 방사성 크리스마스카드에 흘러들어 갔다는 이야기를 무의미하고 터무니없는 개소리로 간주한다고 해도, 요점은 그것이 아니다. 데 안젤리스 역시 이 이콘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자유의지로 빈까지 왔던 것이다. (전자책 기준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