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꾸 말을 하라고 하고 그러나 나에게는 할말이 없어요 심경도 없어요 하늘 아래 흔들리고 물을 마시며 자 라나는 토끼풀 같은 삶을 살아온걸요
눈을 다시 뜨니 바람 부는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뛰어내리셔야 합니다 지금요 더 늦을 순 없 어요 자칫하면 모두가 위험해져요
무서워서 가만히 서 있는데 누가 나를 밀었고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 눈을 뜨면 혼자 가는 먼 집, 눈을 뜨면 영원히 반복되는 꿈속에 갇힌 사람의 꿈을 꾸고 있었고
그러나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군
애당초 마음도 없지만
눈을 뜨니 토끼풀 하나가 자신이 토끼인 줄 알고 머리를 긁고 있었네
좋아,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pp.83-83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