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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은 시선이 죽기 전 해에 무슨 예감이 있었는지 원하는 책을 전부 가져가라고해서 손수레를 끌고 매주 부암동집에 들렀던 이야기를 할까하다가 말았다. 차를 끌고 갔으면 한두번이면 되었을 것을, 매번 혼자 손수레를 끌고 갔었다. 열번 남짓의 방문을 시선이 얼마나 반겼었는지, 진심을 알아봐줬었는지 이야기하고싶은 마음과 그것을 죽고 없는 사람과 둘만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싸우다가 후자가 이겼다. 너무 어렸기에 별 기억이 없는 해림이 소외감을 느끼며 앉아 있지는 않은지 신경쓰였고, 한사람쯤은 말없이 있는것도 좋을듯했다. 하여간 시선의 식구들은 말이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