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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말을 꺼내야만 했습니다. 나는 대뜸 “아주머니,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내가 예상했던 만큼은 놀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대답을 할 수 없었는지 가만히 내 얼굴만 바라봤습니다. 일단 말을 꺼낸 나는 아무리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주시한다 해도 거기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주십시오, 꼭 주십시오”라고 되풀이했습니다. “꼭 제 아내로 삼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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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순간 K 앞에 무릎을 꿇고 빌고 싶어졌습니다. 더구나 그때의 그 충동은 결코 약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K와 내가 단둘이 광야 한가운데라도 서 있었다면, 분명히 나는 양심의 명령에 따라 그 자리에서 사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안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내 양심은 거기서 곧 가로막혀버렸습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영구히 부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