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중요한 일의 결정적인 해결은 꼭 우연이 해준다. 복잡한 계산과 치밀한 논리를 다 동원하고도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은 그 어렵고도 중요한 일을 어이없을 만큼 가볍게 해결해버린다. pp.327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 기쁨을 준 다음에는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기쁨을 도로 뺏어갈 지도 모르고 또 기쁨을 준 만큼의 슬픔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을지 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무 기쁨을 내색해도 안 된다. 그 기쁨에 완전히 취하는 것도 삶의 악의를 자극하는 것이 된다. pp.343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때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 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편지를 가슴에 껴안고 즐 거워하거나 되풀이해 읽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내 모습을 악 의로운 삶에게 들키면 안 된다. pp.343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상대의 이미지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다. (...)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거울처럼 조그만 이 미지 하나가 파손되면 그것의 파문은 전체로 퍼진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미지가 일시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pp.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