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 순간이 올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으며 지내왔다.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이 아무리 끈질겨도 언젠가는 슬그머니 사라질 거라고, 날이 갈수록, 밤이 갈수록 고통을 견디기가 쉬워질 거라고.
"이제 다 끝났어." 앤서니가 말했다. "끔찍한 시간은 지나갔어."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그녀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달래주는 그의 목소리가 끈기 있게 이어졌다. 그의 미소는 다정했다. 그녀는 그의 연푸른 눈동자를, 그의 손, 입술, 서 있는 자세, 동작, 조용한 웃음을 사랑했다. 그런데도 그의 말들은 의미가 없었다.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