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옥상정원은 나에게 세 가지를 알려줬어. 첫번째는 '남의 집 소나무도 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두번째는 '큰 그림은 멀리서 봐야 더 잘 보인다', 마지막 세번째는 '갖고 있는 것과 누리는 것은 다르다?'. pp.140
예전에 혼자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가 건너편에 놓인 의자 다리를 보면서 저건 의자 다리다, 저건 의자 다리다'를 수백 번 되뇌어본 적이 있어. 생각을 없애고 싶었거든. 한참 하다보니 잡생각이 사라지고 머릿속에 어느새 의자 다리만 남더라.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노력하면 되긴 되더라고.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집중하려고 해봤는데 그 때만큼의 의지가 없었던 건지 실패했어. pp.149
한번 정리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자리에 앉았는데, '정리'라는 단어에는 기억이나 추억 같은 단어들이 숨어 있는 건지, 컴퓨터는 비상사태인데 난 또 여유롭게 추억 여행을 시작하게 되네. 내 찌질함이 모두 담긴 일기와 가사, 그리고 옛 사진들...
차곡차곡 시간이 쌓여 어느새 삼십대 후반이야. 그리운 기억들과 지금 내가 있는 시간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다보니 예전에 비해 추억 여행에서 빠져나오는 게 더 어려워진 것 같아. p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