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트라우마는 예상해본 적 없는 외부 힘에 의해 자아가 손상당하는 경험이다. 삶의 통제권을 빼앗긴 기억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치료받으라고 강하게 요구할 수 없었다. pp.74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현실적 문제가 해결돼야 정서적·심리적 부분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pp.77
많은 사람이 아직 치료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고, 사회 상황이 당사자들을 힘들게 했다. 의사가 원한다고 환자가 낫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같은 관점에서 피해자 기록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pp.77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환자 치료다. 치료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행정은 달랐다.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거나 규정만 따지면서 시급한 일을 미뤘다. 훌륭한 자원이 많았음에도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 어떤 일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문화가 한국사회에 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p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