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반복하여 익숙한 패턴이었다. a-a'-b-a. 나는 그 세월 동안 a와 a'를 오가 다가 이제 겨우 b를 저지른 참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a로 돌아가리 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그러기로 선택하리라는 것을, 질리지 도 않고 감정적 착시 상태를 잘도 유지하는 나 자신의 심장이야말 로, 도저한 환멸의 화살이 꽂힐 과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 다. 자연스럽고 매끄러우며 듣기에 부담 없다고 간주되는, 분위기 의 조화와 감성의 화해를 종용하는 빌어먹을 악곡의 형식. p.37
그러나 나는 주인공이 아니고 눈앞은 현실이었다. 어떤 감정은 상대방에 의해 자신이 하찮아지기를 감수하기도 하며, 그 상태에 적응하고 현실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자신의 하찮음을 스스로 원한다고 착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p.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