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는 작고 검은 <보석> 하나가 들어 있고, 그 보석은 거기서 내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를 부모님한테 들은 것은 6살 때의 일이었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조그만 거미들이 나의 뇌 안에 미세한 금빛 거미줄을 쳐놓은 덕에, 보석을 가르치는 <교사>는 나의 뇌가 속삭이는 생각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전자책 기준 45%)
'넌 보석이야, 아니면 인간이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논리적으로 엄밀한 해답은 물론 '인간'이다. 왜냐하면 물리적으로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뇌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보석은 오감이 제공하는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육체에 대해서는 아무 통제력도 가지고 있지 않고, 설령 보석이 내놓았을 대답이 내 입에서 나온 대답과 일치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이 장치가 뇌의 완벽한 모조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세계를 향해 말을 통해서든, 글을 통해서 든, 혹은 육체를 이용한 그 밖의 방법을 통해 '나는 보석이야'라고 대답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전자책 기준 45%)
그러나 더 넓은 맥락에서 보자면 이런 의문 자체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보석과 인간의 뇌가 동일한 감각 자극을 받는 한, 그리고 <교사>가 양자의 사고를 완벽하게 동기화해 주는 한,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인간, 하나의 의식, 하나의 자아이기 때문이다. 이 하나의 인간은 보석이나 인간의 뇌 중 하나가 파괴 당하더라도, 아무런 지장도 없이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지극히 바람직한) 속성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전자책 기준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