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규칙적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온갖 스펙트럼을 망라한 상반되는 소문들에 귀를 기울이지만, 여전히 뭘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나는 아내와 헤어졌고, 직장을 그만뒀고, 내게 주어진 장밋빛의 가공적인 미래와도 완전히 결별했다. 내 삶에서 확실했던 것들은 모두 증발해 버렸다. 나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누구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세계가 유토피아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아마겟돈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자책 기준 13%)
역사의 작가들이 간섭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은 무의미하다. 지금과 다른 인생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종당하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시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역 또한 사실이다. 불변의 미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일이 있다. 여전히 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줄곧 미래를 결정해 왔고, 앞으로도 줄곧 결정할 과정의 일부라는 점이다. 내게 그보다 큰 자유는 없다. 그보다 큰 책임도. (전자책 기준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