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붙잡은 일본군 포로들을 그때 죽였어야 옳았던가를 안중근은 스스로 물었다. 안중근은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pp.94
이토의 몸이 안중근의 눈앞에 와 있었다.
...시간이 없구나. 연추를 떠나자. 운신할 수 있는 자리로 가자. 내 몸을 내가 데리고 가서 몸을 앞장세우자. 몸이 살아 있 을 때 살아 있는 몸으로 부딪치자...
신문 속 이토의 사진을 보면서 안중근은 조준점 너머에서 자신을 부르는 손짓을 느꼈다. pp.97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내내 분명하지 않았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자각 증세가 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만월대의 사진을 보는 순간 암의 응어리가 폭발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안중근은 몸을 떨었다. p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