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했다. 살아서 자꾸만 움직이는 것이.
양동이를 던지고 개펄에 털썩 주저앉아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노을빛을 닮은 눈꺼풀 안을 들여다보면서 흑점의 뒤를 쫓았다. 그러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서둘러 개 펄에서 걸어나오다 뒤를 돌아보니 푹푹 빠지며 걸어왔던 발자국도, 흉하게 파헤쳐진 자리와 들쑤셔진 자국도 사라져 있었다. 밀물이 밀려와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았다. p.228
죽은 것들도, 살아 있는 것들도 바다는 휩쓸어갔다. 서재에 있던 책들은 남김없이 내다팔았고, 그후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았다. 바다가 데려간 것은 잊었고 내어준 것을 팔아 살았다. 가끔 이름이 불릴 때 마다 구멍에 숨어 있다 잡혀 나온 게들처럼 당황했다. 하지만 또 다시 구멍 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았으니까.
다행이었지. 요카타, 요카타.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