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가져갈 짐을 꾸리고 있을 때 나는 울고 있었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다가 손을 부딪히자 더욱더 세게 손을 내리쳤다. 뜻밖에도 고통은 내게 안도감을 주었다. 나는 계속해서 두 손을 바닥에 찧어댔다. 곧 뼈가 부서지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내 안에 있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증오심이 나를 몰아댔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흐느낌이 멈추지 않았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몸을 웅크리자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그때 뭔가가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내 발 아래로 떨어졌다. 도시락통이었다. 나는 무릎으로 기어가 도시락통을 열어보았다. 72% (134/185)
문득, 삽으로 땅을 파는 행동이 지구상에서 가장 실존적이라는 해괴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팔뚝에서 경련이 일 때까지, 쉴새없이 삽질을 했다. 72% (134/185)
방금 내린 눈처럼 쌓인 내 어리석음을 바라보며 나는 그 위로 흙을 덮었다. 죽을힘을 다해 파낸 땅을 다시 평평하게 메우는 작업은 땅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실존적인 일이었다. 73% (135/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