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역시나 김지연 작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김지연 작가의 단편집 <마음에 없는 소리>를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제목의 '반려빚'이라는 표현은 발칙하면서도 신선하다. '빚'에 대해 '반려'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사실 반려보다는 껌이나 기름때처럼 엉겨붙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주인공 정현은 이것을 잘 달래서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 정현이 답답한 면은 있지만 그런 면에서 괜찮은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서일은 그런 정현을 이용해먹는데 악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김지연 작가의 작품들의 인물들은 그런 면들이 있는데 완전한 악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그런 인물들. 그 인물에 대해 이해는 가면서도 또 용납할 수는 없는 그런 인물들.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이 작품에서 퀴어적 요소가 있는데 그런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김지연 작가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무튼 정현의 문제가 해결이 되어 다행이긴 하지만 이게 과연 해피엔딩일까. 정현의 입장에서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