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모가 그 사건을 못 잊는 건, 너무 오래도록 까무라칠듯 격렬한 울음을 안 그치니까 그 대로 업고 들어갔다간 마치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꼬집은 꼴이 될 것 같아 어떡하든지 달래보려고 깡충깡충 뛰고 흔들고, 온 갖 곡예를 다 부리면서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사이에 노을은 사 위고 아이는 잠든 것으로 그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는 끝났 지만 나에게는 영원히 결론 없는 이야기로 남아 있다. 아이에 게 그렇게 크게 겁을 준 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후 나이 를 많이 먹은 오늘날에도 유난히 곱고 낭자한 저녁노을을 볼 때면 내 의식이 기억 이전의 슬픔이나 무섬증에 가 닿을 듯한 안타까움에 헛되이 긴긴 시간의 심연 속으로 자맥질할 때가 있다. pp.12
그건 단발이 아니라 폭력이었다. 딸에 대한 폭력이라기보다는 시아버지에 대한 폭력이 아니었을까. 무력해진 노인이 의지하고 끼고 도 는 딸을 빼내기 위한 무자비한 폭력. p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