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고 느꼈지만 그때의 나는 정작 최종 진단을 잘못 내렸다. 이런 이야기가 번뜩일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양승훈이란 베스트셀러 저자의 역량과 명망덕일 뿐 내가 직접 얘기하면 아무도 듣지 않으리라 생각 했다. pp.222
이십대 남성은 공정론, 한탕주의, 일베와 펨코, 안티 페미니즘이란 문자의 감옥 안에 갇혔다. 젊은 친구들 말 좀 들어보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결국 수도권 대학생들만 예시로 들 뿐, 지금껏 내 삶에서 함께해왔던 동료의 목소리는 바깥으로 가닿지 않았다. 능력주의를 비판하던 이들이 되레 능력주의의 시선으로 청년들을 바라보는 모순. 그게 몹시 불쾌하고 화가 나서 지방 현장 노동자로서 페이스 북에 글 하나를 띄웠다. pp.225
양산 생활을 거치면서 또래들과 너무 큰 괴리가 생겨버렸다. 산재, 저임금, 인간관계의 삼각형 감옥이 내 가슴을 죄어왔다. 이직의 예감이 들 무렵,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 이름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용접공이 아닌 글쟁이의 삶이 차츰차츰 다가오는 중이었다. p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