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기 전에 첫 두 구절에 주목하려 한다. "공무도하"와 "공경 도하"가 이루는 대구에는 긴장이 있다. 두 구절에서 다른 것은 한글자뿐이니까. 긴장은 결국 '무'와 '경'의 대립에서 나온다. '무'는 여기서는 '없음'이 아니라 '없어야 함'이다. 어떤 일을 행 하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이 글자에 담겨 있다. '경'은 '마 침내' 혹은 '드디어'를 뜻하니, 이는 어떤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 았다는 사실을 지시한다. 요컨대 이 노래는 간절한 '무'를 냉혹한 '경'이 무너뜨리는 구조로 돼 있다. 인생에는 막으려는 힘과 일어나려는 힘이 있다는 것. 아무리 막아도, 일어날 어떤 일은 일어난 다는 것. pp.34-35
여기서 너란 남편이기도 하지만 삶 그 자 체이기도 할 것이었다. 이제 그녀 앞에는, 뜻대로 안 되는 삶 대신, 뜻대로 되는 죽음만이 남아 있었다. pp.35
'나는 내 뜻대로 안 된다. 너도 내 뜻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인 생은 우리 뜻대로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나는 수천 년 전의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들어본 적 없는 그 먼 노래가 환청처럼 들린다. 나는 백수광부다. 나는 그의 아내다. 나는 곽리자고다. 나 는 여옥이다. 나는 인생이다. p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