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혀를 차며 말했다. 집안에서는 숟가락 하나도 자기 손으 로 챙기지 않으면서, 엄마나 이모가 집에 없으면 밥통에 밥이 있 어도 상을 차리지 않으면서, 늘 누군가 닦아놓은 변기를 사용하면 서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걸레질하는 이모 를 멀뚱히 바라보던 아빠의 얼굴이 떠올라서 나는 마음이 차가워 졌다. p.239
나는 더는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도 아니었지만, 온전히 자기 힘으로 설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아무도, 나를 포함한 누구도 나 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알지 못 했고, 무엇을 하든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울 거라는 확신만 들었다. 나는 일평생 이모의 짐이자 장애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p.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