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더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못 한다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아내에게 죽음이란 더이상 신간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더이상 읽지 못할
책들이 거기 켜켜이 쌓여 있었다. pp.102
아내의 옛 책을 찾은 건 한 달 뒤, 제작팀과 함께 몽골로 떠날 무렵이었다. 책이 두툼하게 부풀어올랐고 페이지가 바랬지만, 새 책보다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 꾸린 여행 가방에 그 책을 밀어넣었다. 정미가 죽은 뒤로 마음의 가장자리는 매 순간 조금씩 시간에 쓸려 과거로 떨어지고 있었다. p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