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선사는 과일 속에 자리잡은 벌레처럼 뇌우가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있다고 생각했다. 밤은 아름답지만 썩어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그는 썩은 기운을 품고 있는 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산훌리안을 향해 저속으로 하강하면서, 파비앵은 피곤을 느꼈다. 집, 작은 카페, 산책로의 나무 등 인간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이 그에게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정복 전쟁에서 승리한 날 저녁, 자신이 획득한 제국의 영토를 굽어보면서 인간의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정복자 같았다. pp.17/154 (전자책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