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들을 읽은 적이 있지만 단편집은 처음이었다. 9년만에 내놓은 단편집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놓은 것이다.
물론 그동안 꾸준하게 쓴 건 아니라 중간에 공백이 있었고, 최근 2,3년간에 주로 집필한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2014년경의 작품과 현재의 작품은 결이 좀 다르달까.
김연수 작가가 직접 얘기한대로 그 기간동안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모든이가 그 영향권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작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음이 느껴졌다.
그렇다보니 이 책에는 당시 사회적인 사건들이 반영된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사랑의 단상 2014>는 세월호 사건을, <엄마 없는 아이들>에서는 코로나19가 언급된다.
더불어 작가 개인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처럼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일들도 있고, 사적인 경험들도 있다. 그것들을 어떻게 작품에 담아내는가 하는 것은 작가적 역량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작품에 다 담을 수도, 담을 필요도 없다.
여담이지만, 요즘 나오는 작품들에는 코로나19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요즘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하게 장기화되면서도 또 공감이 되는 부분이라 그럴텐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의 기억과 작품속에 박제된 그 모습들은 또 어떻게 보일까 싶다. 비단 이것뿐만은 아니지만.
이 작품집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 혹은 소재는 '시간'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시간.어떤 작품에서는 과거를, 어떤 작품에서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화석의 시간처럼 아주 긴 시간이 언급되지도 한다. 그리고 과거부터 미래까지 함께 그려낸 작품도 있다. 그래서인가,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책의 제목과 표제작도 책의 제목으로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삶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생각하는. 과거는 그리움의 대상일 수도 있지만 피하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경이로운 시간의 흐름에서 우리의 삶, 우리의 기억은 보잘것 없고 의미없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시간 속에서 함께 켜켜이 쌓여가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우리의 시간의 전후 80년으로 이어지는 연속성, 그리고 그것이 확장된 먼 과거와 먼 미래, 비단 타임머신이나 특수한 설정이 없더라도 상상해볼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미래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
미래에 대해 어떠한 상상을 하더라도 미래는 현재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고 그것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범할 것이다. 그 평범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가 있을까? 애초 우리가 원했던 것은 그런 평범한, 아무 특별할 것이 없는 미래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