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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자는 좋아하는드라마를 시청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딸이 들려준글은딸의 딸이 쓴 문장이었다. 존자혼자서 푸념처럼 늘어놓던 과거가삼대를 거쳐 슬아의 버전으로 되돌아왔다. 그것은 존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슬아의 기억과 복희, 영희, 윤희, 병찬의 기억이 뒤섞인 편집본이었다. 존자는이야기의 주인 이 여럿임을 알게 되었다. 존자의 삶은 존자만의 이야기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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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관한 긴글을 듣자 오랜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된다는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실바람같은 자유가존자의 가슴에 깃들었다.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였다. 고정된 기억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