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진화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유전형에 집중해서 살펴봐야 하는가 표현형에 집중해서 살펴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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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가장 두드러지게 유전자 중심 견해를 주장해온 사람은 도킨스였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유명한 개념이 바로 그 뜻이다. 진화에서 후대에 전달되는 실체는 유전자이고, 시간에 따라 그 특정 형태가 더 퍼지거나 감소하는 것도 유전자라고 보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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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전자 중심 견해도 둘로 나뉜다. 하나는 유전체(즉 모든 유전자들, 조절 인자들, 기타 등등)가 진화 탐구에 최적의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도킨스가 지지하는 그보다 더 급진적인 입장은 개별 유전자가 가장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 이기적 유전체가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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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형이 유전형보다 우세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에른스트 마이어,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이 이 견해를 지지했다. 실제 선택되는 대상은 유전체가 아니라 표현형이 아니냐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유전자에 어마어마한 힘을 부여하고 싶어하는 도킨스도 결코 유전자에게 줄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연선택의 눈에 직접 보이는 가시성이다.” 이 견해에서, 유전자 변이체들의 빈도는 그저 표현형 선택이 기록된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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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의 멋진 비유를 빌리자면, 케이크의 레시피는 유전형이고 케이크의 맛은 표현형이다.* 유전형 제일주의자들은 후대에 전달되는 것은 레시피라고 강조한다. 레시피를 구성하는 단어 서열이야말로 안정적인 복제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표현형주의자들은 반론한다. 사람들은 레시피가 아니라 맛으로 케이크를 고른다고. 게다가 맛은 레시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문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