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은 다 때려치우고 싶다거나 죽고 싶다가도 그래도 저건 다 갚고 죽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죽으면 어차피 다 끝인데 그걸 왜 굳이 다 갚으려는 건지 스스로가 이해 안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현은 빚진 것 없이 깨끗하게 죽고 싶었다. 자신의 부채를 언제나 부모에게 떠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p.206
빚이야말로 정현이 잘 돌보고 보살펴 임종에 이르는 순간까지 지켜봐야 할 그 무엇이었다. 빚 역시 앞으로 수년간은 정현의 옆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정현이 죽었나 살았나 그 누구보다도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볼 것이다. 빚이야말로 정현의 반려였다.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