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가 아니라, 건강하게 살 것 같아요. 라니. 반감. 그애의 오래된 반감. 그녀는 그게 자신에게만 향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그애가 바깥세상을 향해 광범위하 게 뿜어대는 일종의 자의식이었다. 게다가 그런 식의 약간은 짜증 나고 음흉한 시도는 합리적인 고심의 결과도 아니었다. 그건 마치 신음소리처럼 거의 흘러나오는 것에 가까웠다. p.184
십일 년 전 그날, 고양이를 묻고 여전히 울고 있는 공주연을 집 에 데려다준 후 그녀 역시 집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그녀는 그날 새벽에 당장 딸이 잠든 집으로 달려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딸을 안 고 집으로 데려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딸과 서로 껴안고 온기를 느끼며 함께 잠에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 았다. p.185
그녀는 자신 앞에 놓인 삶이 어떤 모습인지 정 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어떤 부 분이 영원히 깨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진정한 초능력이. 하 지만 그녀는 아주 작은 선택들, 아주 사소한 충동의 결과들이 누 군가를 들끓게 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곳으 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그런 결정들이 삶의 어떤 부분을 완전히 바꾸어버린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 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