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해방 이래 한 번도 돈을 욕망하지 않은 적 없으면서, 겉으로는 노동과 근면을 미덕인 양 가르쳐온 사회가 갑자기 저더러 문맹이라니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그간 저나 제 부모님이 살아온 방식을... 응, 실존을 부정당한 것 같아서. pp.119
순간 몇몇 이들이 묘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연은 자신이 뭔가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걸 수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동시에 술을 더 마시고 싶은 걸 꾹 참고 성민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애쓰는 제 모습을 의식했다. 여기서 혼자 정색 하면 연극이 망한다고, 막이 내릴 때까지 최대한 자연스레 퇴장하자 다짐했다. p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