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우주에서 어떤 물리적 계가 수학을 테스트해 보고 있었어. 그런데 그 수학은 고립되어 있었고 기존의 모든 결과로부터 차단된 상태였지. 그래서 그 계는 그 시험의 결과를 무작위적으로 정할 수 있었던 거야. <결점>은 바로 그렇게 해서 발생했어. 하지만 현재 우리 쪽 영역의 수학은 모두 검토되었고, 모든 공백은 빠짐없이 채워졌어. 그런 상황에서 우리 쪽, 즉 <이쪽>의 물리적 계가 어떤 수학 정리를 검토한다고 상정해 봐. 그 정리는 과거에 이미 몇십억 번은 검토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 있는 논리적으로 인접한 명제들 역시 이미 결정되어 있어. 따라서 올바른 결과는 단 한 번의 증명 단계만으로도 나올 수 있어." (전자책 기준 66%)
"바로 그거야. 진리는 국소적으로 결정돼. 그리고 <저쪽> 깊숙한 곳에서도 역시 똑같은 일이 일어나. 거긴 대체 수학이 지배하고 있는 영역이고, 모든 검토는 서로를 강화하는 이미 확립된 정리들과, 우리에겐 비표준적이지만 그쪽에서는 '올바른' 결과에 둘러 싸인 채로 이루어지는 거야." (전자책 기준 66%)
나는 어지럼증을 느끼며 화면을 주시했다. 모호하지만 영구불변해야 할 진리들이 체스 말들처럼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물리적 과정들이, 경계를 따라서 상이한 이론들을 무심코 검토하고, 재검토하고 있는 분자들의 우연한 변화가, 각 진영으로 하여금 영토를 얻거나 잃게 만들고 있다는 거야?" (전자책 기준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