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장 틸드는 자신이 방금 뭔가를 태웠다고 걱정하지 말라 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닌 게, 지금 벽난로 불 속을 들여다보니 그 책이 다 타버려, 한때는 중요한 것이었다 해도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더이상 책도 아닌 잉걸불과 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틸다는 이제 전 수녀원장의 이상한 환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지 않 아도 괜찮다. 불에 태워버림으로써, 마리의 모든 환시는 아예 존재 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렸다. p.326
연기에서 연기로,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유령이 되어버린 오 랜 친구를 실망시킨 것에 대해 아픔을 느낀다. 그런 불은 그 자체로는 아주 작지만 세상을 부지불식간에 달구
어, 몇 세기가 지나면 인류가 견디지 못할 만큼 아주 뜨거워질 것
이다. 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