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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구석진 곳이라서 집을 지키기엔 마땅치 않은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그럼, 다시 옮기기 귀찮겠지만 집 한가운데로 오세요. 지루할 것 같아서 차를 가지고 왔는데, 자노마도 괜찮다면 거기서 드릴 테니까.” 나는 사모님 뒤를 따라 서재에서 나왔다. 자노마에서는 근사한 직사각형 목제 화로 위에서 쇠 주전자가 끓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홍차와 카스텔라를 대접받았다. 사모님은 잠이 안 올까봐 못 마시겠다며 찻잔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그런 모임에는 가끔 나가시나봐요?” “아녜요, 거의 나가신 적이 없어요. 요즘은 사람 얼굴 보는 게 점점 더 싫어지시는 모양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사모님은 별로 걱정하는 눈치도 아니었기에 나는 그만 대담해졌다. “그러면 사모님만 예외인가봅니다.” “아녜요, 나도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예요.” “그건 아니죠.” 나는 말했다. “아니라는 걸 잘 아시면서 사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선생님은 사모님을 좋아하게 돼서 세상이 싫어지신 것 같으니까요.”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라, 빈껍데기 같은 논리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세상이 싫어졌기 때문에 나까지 싫어진 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