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집에도 감은 열리고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내일은 오고
때때로 눈도 비도 내리겠지요
...
깨어도 꿈결 속아도 꿈결
꿈이 아니라는 것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가 늙었을 때,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 동네에서 곱게 늙은 두 노인이 되었을 때
심지도 거두지도 않고, 누구에게 해 끼치는 일도 없이 계 속되어온 그저 선량한 우리 삶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의 마음이 깊어가는 가을
밤마다 옆집에서는 잘 익은 감들이 하나둘 떨어졌고
그때마다 사람 머리통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pp.66-67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