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더 잘 알려고 결심하는 계기는 반쯤은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것은 그런 결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몇 시간이나 밤잠을 설치면서 내가 나를 비참한 감정의 노예 내지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위험인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할 때도 있었다. (전자책 기준 25%)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이럴 때는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정해보려고 했다. 고뇌의 파도가 엄습해 오거나, 그보다 약간 나은 정도여야 할까. 의뇌의 제어 패널들을 불러내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든지, 내게는 줄리아가 없는 쪽이 차라리 낫다거나 하는 이유를 대고 혹은 줄리아에게는 내가 없는 쪽이 차라리 낫다거나. 행복이란 어차피 무의미하니까 그냥 행복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뇌를 루엔케팔린에 푹 잠기게만 하면 된다. (전자책 기준 26%)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 무의미한 행복감과 무의미한 절망감이 복잡 하게 뒤얽힌 경계 선상을 걸어가면서. 혹시 나는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경계선 양쪽에 펼쳐진 것들을 뚜렷하게 보는 일이야말로 그 좁다란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일 수도 있으므로. (전자책 기준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