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은 빠르게 지나갔고, 그는 계속했다. 이제 와 달리 뭘 할 수 있겠어. 그는 말했다. 마치 삼 년 전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듯.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을 거라 고 생각한다. 나도 알았으니까. 삼 년 후에 우리는 지금보다 겁이 많아지고, 재밌는 것들이 적어지고, 조금 더 슬프고 무기 력해질 거라고.
그는 언제나 자신에게 자격이 없는 것처럼 말했다. 행복을 닮은, 행복에 가까운 것들을 전부 '합격'이란 단어 뒤로 미뤄 놓고선, 자기에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불행만을 몸에 걸친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가끔씩 그가 말도 안 되게 보고 싶었다. 그는 늘 내 게 괜찮냐고 물었다. 잠은 잘 잤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모 든 게 괜찮은지 그는 내게 묻곤 했지만, 그래서 나는 나 역시 그에게 그 이상을 물어볼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말의 홍수보다는 말의 빈곤이, 그보다는 침묵이 언제나 나 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침묵했고 그 침묵에 만족했다. 그 리고 결국에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