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질병이 학계에서 인정받고 오늘날과 같이 진단과 치료 단계에서 쓰이게 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를 연구하던 의학자들은 인간의 몸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싸워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인간을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pp.38
트라우마 경험 이후 생겨난 고통의 이유를 외부 세계가 가한 폭력이 아니라 내부적 요인에서 찾아야 했기에 당사자는 고통과 수치심을 함께 느껴야 했지요. 그러나 베트남 참전 군인 연구를 통해 그런 내부적 요인들이 없는 젊은이들도 트라우마로 아플 수 있고 그 고통은 만성병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인간은 한 번의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받을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이고 그러한 비극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pp.39
PTSD는 전쟁에 참여한 군인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모든 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던 것입니다. p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