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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누가 도서관을 불태웠는지, 왜 그랬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의 역사와 도서관을 만들어낸 사람들, 도서관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도서관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잘 어우러진,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논픽션이었다.
단순한 자료 보관소 역할을 하든, 지식과 정보, 레크리에이션 센터로 확장되든, 도서관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거리두기가 처음 시작되던 2020년 코로나 블루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 내 고독을 달래주던 곳도 도서관이었기에. 느슨한 연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매개인 책이 있는 물리적 공간,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던 곳도 도서관이었다. 어쩌면 도서관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될 공간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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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고독을 누그러뜨리기에 좋은 곳이다. 완전히 혼자일 때도 수만 년 동안 계속되어 온 대화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 책장에서 책을 뽑아보지 않아도 그 안에서 당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 기다리는 목소리가 있고, 말을 하면 누군가가 들어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초판 293페이지 뒷부분이 누락된 것은 아쉽다. 궁금한 부분에서 딱 끊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