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페렉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는데 제목과 소재에만 끌려 구입한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페이지부터 방, 도시, 시골, 대륙, 세계, 그리고 공간 자체에 대한 사유까지 공간이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일주한 것 같다. 공간을 쓴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렵고, 익숙하면서도 도전적인 것 같다. 페렉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기록, 어떨때는 나열 그 자체가 공간에 대한 글쓰기가 될 수 있으며 인간이 글쓰기를 통해 공간을 내 장소로 붙잡고, 공간의 구분과 관계를 구성하는 기호를 탐색하고 이름붙이고 해체하는 욕구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읽는 재미도 있지만 글쓰기에 대한 영감도 풍부하게 주는 책이었다. 다음 페렉의 책을 빨리 고르고 싶다.